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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사와 간호사 이야기

빅4 회계법인 회계사 커리어 고민(3) (feat. 과거의 내가 했던 고민) - 증권사IB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

by 서르지 2021.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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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법인에 남은 이유

최초에 이직을 결심했던 목표와는 거리가 멀지만, 그래도 한때 가고 싶어 했던 증권사에 생각보다 쉽게(?) 붙었기에 저도 제가 당연히 이직을 할 줄 알았습니다만, 결과적으로는 증권사에 가지 않고 회계법인에 남았고 지금까지 다니고 있습니다.

회계사커리어고민3

흔히 부동산 청약에 있어서 "선당후곰"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선 붙고 나중에 고민하자는 거죠. 저는 이직을 할 때도 이렇게 선당후곰을 했었습니다. 사실 붙기 전에 아무리 고민을 했다 하더라도 얼마 되지 않는 시간 동안 고민을 했기 때문에 깊이 있는 고민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붙고 나서도 계속 지인들을 만나고, 그 부서가 어떤지, 그 부서에서 하는 일이 제 커리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많은 조언을 받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공통적으로 해줬던 조언은 "넌 아직 회계사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하지도 못했다. 회계사 자격증을 따는데 걸린 시간을 무의미하게 만들지 말라."였습니다. 제가 붙은 회사는 여의도에서 손꼽히는 대형 증권사였으며, 부서는 그 증권사 안에서도 여러 업무를 하면서 많은 돈을 벌고, 구성원들에 대한 성과배분도 나름 괜찮은 곳 중 하나였습니다. 실제고 그 부서에 재직 중인 지인이 있었는데 돈을 목표로 한다면 여기보다 나은 선택지는 몇 없다고 했을 정도고, 영끌 기준으로 2배 가까이 차이가 났으니 금전적으로는 정말 괜찮은 선택지였죠. 개인적으로 직장을 다니는 목적이 돈을 버는 것이기 때문에 이는 저에게 매우 매력적인 옵션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입장에서 연봉이 2배가 된다고 해봤자 절대적으로는 크지 않은 금액이었고, 회계법인에서 몇 년만 더 근무할 경우에도 금방 달성 가능한 금액이었기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소득보다 제 커리어를 우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어떤 업무를 했느냐가 곧 내 커리어

제가 가기로 했던 부서는 주로 기업의 재무팀과 컨택하여 기업에서 발생하는 자금조달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유상증자, 사채발행, 그리고 IPO와 M&A 등 여러 업무도 함께 수행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중 제일 메인이 되는 업무는 회사채 발행이었고요. 흔히 말하는 DCM 부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증권사 자체가 중개업을 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역량이 인맥, 즉 네트워크였습니다. 그중에서도 DCM 부서는 네트워크가 더더욱 중요하게 여겨졌고요. 그렇기 때문에 DCM 부서의 주니어 연차들은 대부분 시니어 연차가 영업해서 가져온 업무의 페이퍼 워크(단순한 노가다성 업무)에 투입되었고, 반대로 시니어 연차들은 업무 수임을 위해, 네트워크 유지를 위해, 영업을 하는 것이 주요 업무였습니다. 

 

주니어 연차인 제가 갈 경우에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페이퍼워크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DCM 부서가 IB본부 안에 속해 있기는 하지만 업무의 단순함은 모두가 알고 있었기에 IB에서 선호되는 부서도 아니었습니다. 특히 나름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생각하는 회계사들 사이에서는 그 정도가 더 했죠. 저도 나름 회계사 자격증을 땄는데 다른 회계사들과 달리 소중한 주니어 시기를 단순한 페이퍼 워크만 한다고 생각하니 앞으로의 생활이 걱정되었습니다. 물론 거기서 쌓은 다양한 경험과 네트워크가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지만, 주니어 연차가 네트워크를 만들어봤자 얼마나 만들겠으며, 앞으로 어떤 회계사로 살아갈지는 모르겠지만, 페이퍼 워크만 경험한 회계사로서 사는 것은 상상하기 싫었습니다. 주니어 연차에 경험해야 할 일을 경험해 놔야 시니어 연차의 일을 할 수 있을 테고, 시니어 연차의 일을 해 놔야 그 이상 직급에서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주변에서 말린 이유도 모두 동일했습니다. 회계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입해서 회계사 자격증을 땄으면 회계사로서 할 수 있는 경험을 주니어 때 충분히 경험해야 나중에 경쟁력 있는 회계사로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그렇게 DCM부서로 가면 전 그저 DCM 경력이 있는 주니어 뱅커가 되는 것이고 회계사라는 저의 무기를 저 스스로 버린다는 것이죠. 저보다 먼저 투자업계에 먼저 진출하여 자리를 잡고 있는 선배들이 모두 한 입으로 Stay를 외쳤습니다. 다행히 선배들의 조언과 제가 생각하던 바가 일치해서 저는 최종적으로 가지 않기로 결정했고, 인사팀과의 최종 처우 확정 단계에서 가지 않겠다 선언함으로써 증권사로의 이직은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지금 뒤돌아보면

2년차였나 3년 차에 했던 첫 이직 시도였으며, 지금은 벌써 한참이나 시간이 흘러 회계법인에서 매니저 직급이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해당 부서로 이직하지 않았던 저의 선택에 아직 후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안 간 것을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경험한 업무에 만족했기 때문이죠. 만약 여기서 제가 목표로 했던 경험을 해보지 못했다면 지금까지도 계속 후회하고 있을 텐데 정말 다행이네요.

 

다음에는 딜(FAS, 재무자문) 본부로의 이동을 선택하지 않고 계속 감사본부에 남은 이유, 그리고 그 선택에서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을 한번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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