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회계사와 간호사 이야기

오스템임플란트 횡령으로 인한 거래중지 영향 (feat.내부통제-내부회계관리제도 관점)

by 서르지 2022. 1. 5.
반응형

지난 1월 3일. 새해 첫 주식 개장일부터 엄청난 소식이 국내 증권가에 날벼락처럼 떨어졌습니다. 바로 오스템임플란트의 1,880억 원 횡령 공시입니다. 작년 재무제표에서 자기 자본이 2,047억 원인 회사에서 무려 1,880억 원의 횡령이 발생하다니요. 횡령금액이 자기 자본의 91.81%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일어날 수도 없고, 일어나서도 안 되는 일인데 현실에서 일어나고 말았네요.

 

회사의 공시에 따르면, 자금업무를 담당하던 팀장 1인의 단독범행이며 해당 팀장이 은행의 잔고증명서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회사의 상위권자들에게 보고를 하여 다른 사라들을 속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12월 31일에 연말 결산을 하기 위해 실제 잔고를 확인하다가 횡령 사실을 발견했고요. 해당 부서 직원이 6명 있는데 횡령이 발생한 10월 초부터 12월 말까지 무려 3개월 동안 아무도 몰랐다고 합니다.

오스템임플란트횡령

내부통제 관점에서 무엇이 문제인가

우선 팀장 1인이 아무런 제지 없이 돈을 인출한 것 자체가 문제이며, 3개월 동안이나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것도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이 회사에서는 어떤 통제활동이 갖추어져 있지 않아 이런 활동이 발생했는지 제 뇌피셜로 한 번 추정해보겠습니다.

 

첫 번째, 인출 프로세스. 회사는 기본적으로 개인보다 큰 금액의 돈을 운영하기 때문에 자금 담당 직원이 회사의 돈을 횡령할 수 있음을 가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단 한 명의 개인 직원도 믿지 않고 자금팀의 업무는 여러 명이 상호 견제하며 수행될 수 있도록 업무를 분장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예를 들면, 각종 대금 지급을 위해 인출 요청을 하는 직원 1명(보통 인출을 요구하는 활동을 직접 수행하는 현업 담당자), 해당 인출이 거래처와의 실제 계약에 따라 지급되어야 함을 검토하여 이체 신청을 하는 직원 1명(보통 재무팀 직원), 이체 신청내역을 받아 이체 금액과 이체 대상 계좌가 정확한지 검토하여 이체를 승인하는 직원 또는 임원 1명(큰 회사는 팀장, 작은 회사는 본부장), 이체 승인 결과에 따라 실제 이체 업무를 하는 직원 1명(재무팀 자금담당자), 이체 내역을 장부에 기록하는 직원 1명. 이렇게 업무가 분장되어야 합니다. 위에 기술된 필요 직원이 최초의 현업 담당자를 제외하고는 최소 4명입니다. 다소 많은 인원이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이렇게 철저히 업무를 분장해야 회사의 자금이 이상한 곳으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이번 횡령 사건을 대입해보면, 횡령한 직원이 1,880억원의 이체를 신청했을 때 이체의 정당성을 검토하는 과정과 이체를 승인하는 과정, 이체내역을 기록하는 과정 모두가 없었어야 이런 횡령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적발 프로세스. 규모가 큰 회사들은 매일 자금일보라는 것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회사의 계좌로 하루 동안 입금된 금액은 얼마이며, 출금된 금액은 얼마인지, 입출금 내역은 무엇인지 기록하고 계좌에 남아있어야 하는 금액과 실제 계좌 잔액을 비교대사하여 상위권자에게 이를 보고하고 승인을 득하는 것이죠. 첫 번째 인출 프로세스에서 기재한 통제활동들이 자금 횡령을 예방하기 위한 통제라면, 이 자금 일보 통제는 자금 횡령을 사후적으로 적발하기 위한 통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후적으로 적발할 수 있기라도 하면 다행이지만, 이번 경우에서처럼 이미 일이 터지고 난 뒤에 적발하는 것은 적발 자체에 의의를 둘 수 있지 근본적인 사건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 회사에서는 아마 자금 일보 통제가 없었기에 뒤늦게 12월 31일에야 적발을 할 수 있지 않았나 추측됩니다. 물론 자금일보 작성 및 승인 통제 주기가 "일" 단위가 아니라 "분기" 단위였다면 해당 통제가 효과적으로 운영되었기에 해당 횡령 사실을 적발했다고 볼 수 있지만, 사실 분기 동안의 입출금 내역을 한 번에 확인하고 이를 승인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통제라 생각되며, 실제 수행한다고 하더라도 애초에 통제가 부적절하게 설계되었다고 생각됩니다.

 

통제가 갖추어지지 않은 것이 진짜 문제인가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이 회사 IR 팀장님의 글에는 회사의 통제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회사는 작년부터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 대상에 해당하여 필수적인 통제를 다 갖추어 회사도 자체적으로 운영 및 테스트를 하고 있으며, 회사의 운영/테스트 내역이 적절하게 이루어졌는지 외부 회계법인이 감사까지 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통제가 존재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올해 횡령 사건이 벌어졌을 때 통제가 미처 작동하지 못했거나 이러한 횡령을 막을 수 있는 통제가 없었고, 이게 미비점이란 사실을 회사와 회계법인 모두가 인지하지 못한 것이겠죠.

 

하지만... 머니투데이의 기사(https://news.mt.co.kr/mtview.php?no=2022010414212727000)에 따르면, 회사가 비용절감을 위해 내부 감사실 직원을 절반으로 줄이고, 외부감사 회계법인 또한 전기 감사비용의 40%가량 낮은 비용으로 교체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많이 바뀌었지만, 안타깝게도 이것이 바로 외부감사를 무조건적인 비용으로만 생각하는 국내 기업들의 전형적인 인식이 반영된 결과 같습니다. 회사, 특히 상장사에 있어서 외부감사는 회사를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주주를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비용은 회사가 부담하죠. 회사를 위하는 일이 아닌데도 돈을 내야 하는 회사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불필요한 비용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상장사라면, 주주들의 돈으로 자금을 조달하여 회사를 운영하는 상장사라면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보 불균형 해소를 위해 주주에게 공정하게 작성된 재무제표를 공시할 의무를 부담하고, 그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라면 과하지 않은 수준이라면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작지 않은 규모를 보여주는 상장사에서 발생한 사건이기 거래정지는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횡령이란 상장적격성 심사 사유가 발생했기 때문에 사건의 경중과 여러 제반 사항을 고려하여 거래소에서 1월 24일까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결정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주식 거래와 관련된 부분은 거래소의 결정을 따르게 되겠습니다.

외부감사의 입장에서 보면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해 회사와 회계법인 모두에 경각심을 준 사건이므로 이번 2021년 감사에서 자금과 관련된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가 예년보다 더더욱 엄격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회사도 실무적으로 힘들다는 이유로 내부통제를 무시해서는 안되며, 외부감사인도 일이 많다는 핑계로 내부통제를 무시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