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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사와 간호사 이야기

빅4 회계법인 회계사 커리어 고민(1) (feat. 과거의 내가 했던 고민) - 감사본부 소속 회계사의 어려움

by 서르지 2021.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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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이 다가올 때마다 드는 생각

회계법인 감사본부의 시즌은 매우 악명 높은 업무강도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요즘과 같이 시즌을 앞두고 있을 때면 이렇게까지 힘들게 일해야 되나, 다른 일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종종 들고는 합니다. 6번째 시즌을 앞두고 있는 저도 이렇게 적응이 되지 않는데 상대적으로 더 적게 경험해본 주니어 연차 회계사들은 더더욱 적응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저 또한 그렇게 생각했었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이죠. 예전에 제가 감사본부 회계사로서의 커리어를 진지하게 고민했을 때 작성했던 글이 있는데, 그때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한번 보겠습니다.

회계사 커리어 고민 (1)

회계법인 감사본부로의 입사

이전에 동기들의 다양한 이직처를 기술한 것처럼 회계사로서 경험할 수 있는 커리어는 매우 다양하고, 저는 그 중에서 빅 4 회계법인의 감사본부 소속 회계사로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함께 시험을 준비했고, 같은 시기에 합격한 몇몇 형들과 친구들이 증권사 IB, 운용사, 금공, 딜본부, 택스 본부 등 예전부터 원하던 곳들이 있어 자신들이 원하는 곳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사실 회계사에 대한 큰 관심도 없었고, 정확하게 어떤 일을 하는지도 모른 채로 회계사 공부를 시작했고, 오래 공부하면서 시험에 합격하고 회계법인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이후에 대한 고민과 준비가 없을 수밖에 없었고, 가장 많은 사람이 선택하는, 그리고 가장 선택하기 쉬운 감사본부로 입사하게 되었죠. 사실 시험에 합격하고나서부터 딜이나 택스본부, 혹은 증권사 등의 커리어를 고민하기는 했지만, 단기간 내에 많은 고민을 할 수는 없었고, 우선 회계사 시험에 합격했으니 회계사라면 당연히 감사업무는 해봐야지라는 생각에 감사본부를 선택했었습니다.

 

직장인으로서의 고민 시작

입사하고 2~3년동안 다양한 회계감사와 용역 업무를 진행하며 많은 경험을 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숫자를 보고, 만들고, 감사하는 제 업무적 능력치는 정말 많이 증가했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단기간에 다양한 자료를 보고, 많은 업무를 해야 하니 늘 수밖에 없는 구조인 거죠.(마치 수능 공부할 때 모의고사 양치기 하면 실력이 느는 것처럼?)

 

매년 다양한 업종의 다른 회사들의 감사업무를 진행하다보니 각종 자료를 빨리 해석하고, 그 자료를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가공하는 엑셀 실력부터, 다양한 인터뷰를 통해 회사의 업무 프로세스와 영업환경을 파악하는 능력까지, 거기다가 회계사의 가장 기본적인 능력이라 할 수 있는 회계기준서를 해석해서 판단을 내리는 능력까지 늘어나서 자기 계발 측면에서는 매우 만족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열악한 근무환경이었습니다. 심하면 매주 감사하는 회사가 바뀌고, 매주 지방에 출장을 가야 했으며, 매일 새벽에 출근하고 주말에도 토요일과 일요일 모두 출근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습니다. 사실 시즌에 국한되는 일정이기는 하지만, 1년 중 3개월은 아예 없는 시간인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남들은 1년이 12개월인데 전 9개월인 거죠. 거기다가 비시즌이라 불리는 기간도 제가 입사했을 때부터 각종 용역(컨설팅) 업무가 쏟아져 나와 비시즌이라 불리는 기간이 예전처럼 한가롭지도 않았습니다. 물론 저는 저연차였기 때문에 여러 용역 업무에 투입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정말 재수 없게도 미국에 상장된 회사를 감사하는 팀에 배속되어 연중 감사를 수행하여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길다면 길지만 직장인으로서는 짧은 3년이라는 시간을 이렇게 보내다 보니 흔히 말하는 현타가 왔습니다. 내가 도대체 뭘 위해서 이렇게 시간을 버려가면서까지 일해야 되나 하는 생각이 든 거죠. 솔직히 남들보다 몇배, 몇억원씩 버는 것도 아닌데 개고생할 이유가 뭐 있겠냐 하는 생각이 든거죠. 이런 생각이 들자마자 바로 이직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 고생스러운 생활 이제 그만 청산하자.라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고, 바로 이력서를 쓰고 리멤버와 링크드인, 잡코리아 등 여러 곳에 업로드를 했습니다.  - 이후는 다음 글에

 

과거에 쓴 글을 조금만 수정했는데 사실 시즌을 앞두고 하는 생각은 지금이나 예전이나 큰 변함이 없네요.

다음 글에서는 이러한 시즌에 지쳐 어떤 선택을 했고, 그 과정에서 어떤 고민을 했는지 한번 적어보겠습니다.

과거의 저를 뒤돌아보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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