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이 유행하는 시대
제목 그대로 요즘 횡령이 유행하는 것 같습니다. 오스템임플란트와 계양전기, 클리오에 이어 LG유플러스에서도 횡령 사건이 터졌습니다. 비상장사와 코스닥 상장사에서는 횡령이 종종(?) 발생하고는 했는데 LG유플러스와 같은 큰 기업에서도 횡령이 발생할 줄은 몰랐네요. 대기업이라고 횡령 방지 프로세스가 잘 갖춰져 있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우선 LG유플러스에서 발생한 횡령은 어떤 유형인지 거래구조와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위 기사에 따르면 본사의 B2B 영업 담당 팀장이 대리점과 짜고 가공의 거래처와 허위 계약을 체결하여 본사에 보고한 후, 본사가 대리점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빼돌렸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회계처리는 아래와 같습니다.
간단히 하기 위해 매출은 10,000원, 수수료는 1,000원이라고 가정을 하고, VAT는 없이, 수수료 지급 시 현금이 바로 지급된 것을 가정하였습니다.
1) 매출 발생 시점
외상매출금 10,000원 / 영업수익 10,000원
2) 수수료 지급 시점
수수료(비용) 1,000원 / 현금 1,000원
가공의 거래로 인해 매출이 발생했으나 대금은 회수되지 않아 외상매출금이 재무제표에 계속 달려 있을 것이고, 대금은 회수되지 않았지만 대리점이 계약을 유치했으므로 수수료는 현금으로 지급되었습니다.
1) 채권이 장기간 회수되지 않았다면,
LG유플러스가 이번 횡령 사건을 어떻게 적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상적인 계약을 통해 체결된 B2B 외상매출금이 장기간 회수되지 않는 점을 통해 발견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LG유플러스가 아무리 큰 회사라 할지라도, 수수료만 수십억에 달하는 매출 계약의 대금이 장기간 회수되지 않았다면 회사에서 충분히 수상하겠죠? 오랫동안 채권이 회수되지 않는 거래처, 혹은 이를 관리하는 대리점에 연락하여 장기 미회수 사유를 파악하고 징수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가공의 거래처임을 식별하지 않았을까 추측합니다.
2) 횡령한 수수료로 대금을 납부하였다면,
수수료를 횡령한 직원과 대리점이 좀 더 철저히 속이기 위해 횡령한 금액으로 어느 정도의 대금을 납부하고, 나머지 금액만 횡령하기로 결정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엔 실제 매출대금이 회수되었기 때문에 회사가 이번 횡령사건을 식별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이 경우라면 LG유플러스가 이번 사건을 어떻게 적발했는지 굉장히 궁금해지네요. 그리고 횡령한 수수료가 수십억에 달한다 하더라도, 일부 수수료가 매출대금으로서 회수되었다면 실제 재무적 손실은 전체 수수료 금액보다 작아질 여지도 있을 것 같습니다.
횡령을 예방할 수는 없었을까?
이번 횡령 사건을 예방할 수는 없었을까요? 최초 매출 계약이 체결될 때 이 계약이 실재하는 계약인지 미리 확인했으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이 계약이 진짜 계약인지, 가짜 계약인지 계약체결시점에 어떻게 알고 거래의 실재성을 확인할까요? 모든 거래를 의심하고 검토해야 할까요?
정답은 내부통제제도에 있습니다. LG유플러스와 관련된 업무를 한 사람이 아니라면 알 수 없겠지만, LG유플러스는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 대상 회사에 해당될 정도로 큰 회사기 때문에 가공의 거래처, 혹은 가공의 거래 여부를 검토하는 통제활동이 반드시 존재할 것입니다. 없었으면 없는 사실부터가 굉장히 큰 문제이고요. 통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면, 계약을 체결하는 거래처가 실존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사업자등록증과 통장 사본 등을 검토하고, 계약 체결 시 상대방으로부터 직접 날인을 받습니다. 그리고 대금을 지급할 능력은 있는지도 확인하기 위해 기업체라면 신용도 검토, 개인사업자라면 과거 연체이력 검토 등의 절차도 거치게 되죠. 내부통제제도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면, 실제 거래를 진행하는 업무수행자는 조금 전에 말한 검토절차를 수행해야 하고, 통제활동을 검사하는 Tester는 업무수행과정에서 이러한 검토절차가 실제로 수행되었는지 관련 증빙을 모두 징구해서 확인하여야 합니다.
LG유플러스에도 분명히 이런 통제가 있었을 텐데, 어떻게 해서 이런 횡령사건이 발생했을까요?
가장 유력한점은 업무 수행자가 대리점, Tester 역할을 본사 직원이 담당하였는데 이 둘이 공모를 해서 본사 직원이 Tester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렇게 통제가 설계되어 있다면, 통제의 설계 자체가 잘못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대리점은 본사의 영업직원들을 대리하는 조직으로, 회사 전체의 관점에서 본다면 대리점이나 영업 담당 본사 직원이나 모두 업무 수행자에 해당됩니다. 통제활동은 업무 수행자가 수행한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검사하는 사람이므로 Tester 역할은 실제 업무 수행자와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은 자가 담당하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공모를 통한 부정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즉 통제 설계단계에서 직접 계약 체결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자를 Tester로 지정하여 통제활동의 수행 여부를 적시에 감시했다면, 충분히 가공의 거래가 발생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횡령을 어떻게 반영하여야 될까?
자 그럼 횡령은 이미 발생한 것이고, 횡령이 발생한 이후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가공의 매출로 인한 채권에 대손충당금을 설정해야 합니다. 가공의 거래처로부터 발생한 채권이라 회수할 수 없을 것이 확실하므로 해당 외상매출금에 대손충당금을 설정해서 해당 채권을 회수하지 못할 것이란 점을 재무제표에 표시해 주어야 합니다.
또한, 해당 거래 자체가 정상적인 계약이 아니기 때문에 가공의 계약으로 인한 매출은 추가적으로 인식하지 않아야 합니다. 2022년에는 허위 매출이 인식되어서는 안되고, 2021년 이전의 재무제표에서도 해당 매출이 중요하다면 수정 반영을 해야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허위 계약으로 인해 지급된 수수료의 전액 혹은 일부를 회수한다면, 기존에 재무제표에 인식했던 수수료를 취소하거나 영업외수익으로 인식하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수수료의 취소라면 영업손익에 반영되고, 영업외수익으로 인식하면 영업손익이 아닌 영업외손익에 반영되어서 이 또한 논의가 필요하지만, 이는 다음에 다른 주제에서 더 깊게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감사인은 위와 같은 회사의 회계처리가 정확하고, 완전하게, 적시에 반영되었는지를 확인하고, 회사의 내부통제제도가 적절히 설계 및 운영되고 있는지고 같이 감사하겠죠.
마무리하며,
최근에 유독 많은 횡령 사건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상장회사든 비상장회사든 이런 일은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데, 너무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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